화성에도 짠물이 흐른다 전시 포스터

‘화성에도 짠물이 흐른다.’

《화성에도 짠물이 흐른다》는 ‘소금’을 매개로 한 리서치 기반 작업으로, 긴 호흡을 가진 김화용 프로젝트 여정 중 한 정거장이다. 본 전시는, 리서치 과정 중 작가의 감각을 통과한 질문 혹은 의문과, 이를 다시 자신의 맥락으로 답하는 과정을 담은 여러 타래의 글 모음집이다. 소금이 몸의 신진대사를 주도하는 필수 물질이며, 인류 문명을 이루는 바탕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김화용은 자연 상태의 소금이 인간에게 끊임없이 (재)발견되고, (재)평가되는 역사적 장면을 멈춰 세운다. 그리고 그 신scene에 투명하게 재현된 힘의 역학을 드러내고, 재현되지 않은 촘촘한 틈을 좀 더 줌 인zoom in한다. 근대 제국주의, 현대 우주 탐사 등 정복 서사의 역사적 국면마다 소금이 과잉 주목되는 맥락, 이 물질을 얻는 현장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서발턴subaltern 존재들을 보도록 말이다. (따옴표 친) ‘고향’인 인천을 비롯하여 남한의 서해를 따라간 이야기 모음은 좀 더 복잡하다. 정체성이 땅과 떨어질 수 없다는 사실에서 출발하지만, 땅으로부터 멀리 달아나고 다시 돌아오는 달리기 과정이 만들어낸 정체성의 제3지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김화용이 보여주는 소금 이야기들은 주름 같다.
이미 쓰인 소금에 대한 어떤 글들과 다른 지점이 여기에 있다. 근대 이후 쌓인 소금에 관한 과학적 데이터들, ‘짠물’에 대한 혐오의 말을 역사 기록물에서 충실히 모은 것이 고랑을 이룰 때, 소금과 비슷한 위치의 존재들을 줄줄이 불러내어 돌보는 일, 잃어버린 것에 관한 그리움이 이랑에 담겨 있다. 이 이야기의 놀라운 점은 소금 결정체를 다시 손에 들고, ‘염생’이라는 혼종적 삶의 양식과, 소금기를 머문 땅인 ‘갯벌’을 해방의 영토로 상상하는 것에 있다. 김화용은 ‘소금 이야기하기’를 계속 수행하면서 동시에 식물, 동물 및 다양한 존재들의 공동체가 그 위에 아른거리게 한다.

이번 전시는 세 곳의 이야기 정거장에 세워진다. 우선, 세운메이커스큐브에 자리한 ‘여성을 위한 열린 기술랩’에서는 화성 탐사의 계기가 된 화성의 소금물 흔적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동시대에도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우주 프로젝트가 기이한 방식으로 재개되고 있다. 김화용이 보여주는 화성의 표면은, 1980년대 냉전 시대 상상력, 2000년대 주가를 띄우려는 투기적 한탕주의, 진부한 국내 정치력에 외부로 고개를 돌리게 하려는 거짓말에 대한 비평이다. 동시에, 우리가 그 표면에서 발견해야 하는 것은 언제 살아날지 모르는 바이러스를 담은 동토층처럼,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어떤 ‘가능성’의 기운이다.
이곳을 나와 삼풍상가 서측 공중보행로를 걸으면, 서울 개발사의 여러 층위가 담긴 지붕들과 여전히 건설 ‘중’인 현장이 보인다. 김화용의 문장은 걸으면서 감각하는 시간의 겹들 중, 특히 PVC라는 어떤 ‘물질’의 운명을 주목해보라고 제안한다. 세 번째 세운청계상가 501호의 방에는 서해안 짠물들의 조금 긴 이야기들, 갯벌과 염생 식물 이미지가 자리한다. 전시장의 구조물은(1) 모두 김화용의 공공예술 프로젝트인 《제로의 예술》(공동기획 : 강민형, 김화용, 전유진 https://0makes0.com)의 내부 워크숍 결과물로 공개한 〈비거니즘 전시 매뉴얼〉 (연구 : 김화용·남선우·박태인·여혜진·이규동·이목화)의 항목을 적용해 제작했다. 전시 공간, 구조물, 협업자 모두 김화용 프로젝트의 여정 속에 한 타래의(2) 공동 존재들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_ 한윤아(타이그레스 온 페이퍼)

(1) 하나의 나무판에서 버려지는 부분이 없도록 재단하여 디자인되었으며, 모듈 형태로 고안하여 재사용이 용이하게 만들었다. (디자인 : 이규동)

(2) 책 등 작품 인쇄는 100% 재생원료를 사용한 재생용지를 사용하고 22 (올드밀리사이클 250g/m , 클래식크래스트 90g/m ) 제작과정에서 버려지는 종이를 최소화한 판형으로 디자인하였다. 쌀겨잉크를 사용한 리소 인쇄로 제작했다. (디자인 : 어라우드랩)

작가 김화용

김화용은 고정관념과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것에 질문을 던지며 이를 둘러싼 경계, 젠더, 비체, 인간-비인간 대한 고민을 만남, 연대, 워크숍, 퍼포먼스 등의 방법으로 작업해온 미술작가이자 기획자이다. 활동가, 개발자, 교육가, 디자이너 등 예술 경계 안팎의 이들과 협업하며 예술의 다양한 공공적 개입을 시도했고 ‘옥인 콜렉티브’ 멤버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예술의 신화 뒤에 가려져 있는 비인간 동물과 자원의 착취에 대한 연구 그리고 인간중심적 세계가 만든 재난과 폐허에서 발견하는 비인간 생명종의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작업하고 있다.

전시장 오는 법



김화용 프로젝트
《화성에도 짠물이 흐른다》

2022. 12. 16.(금)- 12. 31.(토)
13시-19시, 28일, 29일은 20시까지


세운청계상가 501호 (서울시 중구 청계천로160 청계상가 5층 501호) (자세한 오는 길 안내)
여성을 위한 열린 기술랩 (서울시 중구 마른내로 72 인현상가 세운메이커스큐브 중-301호 (자세한 오는 길 안내)
삼풍상가 서측 공중보행로



작가/기획: 김화용
협렵기획: 한윤아
디자인: 어라우드랩
설치모듈디자인: 이규동
웹제작: 박동희
영상: 홍민기
사진: 현준영
출판: 타이그레스 온 페이퍼


후원: 서울시, 서울문화재단
협력: 타이그레스 온 페이퍼, 여성을 위한 열린 기술랩